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로 접어들면 여행지로 따뜻한 남도가 생각납니다. 최근 전남 장흥에서 제철을 맞은 게, 박하지를 통발로 잡는 재미가 참 좋았는데요. 게 ‘줍줍’이 가능해서 신나게 놀 수 있는 남도 여행지 추천 정보 공개합니다.
가을하면 게, ‘박하지 줍줍’ 상상도 못했는데 남도 여행 가보니
여행 목적지를 정해 두지는 않았었어요. 오랜만에 바람을 쐬러 지방으로 가자는 마음뿐이었어요.
이불과 옷, 식재료, 커피포트와 밥솥을 포함한 식기도구 등 온갖 캠핑용 살림살이를 차에 실어 일주일여 여행을 준비했어요.
사 먹으면 돈이라 최대한 준비한 게 어느새 이사수준으로 욕심낸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지난 캠핑을 떠올려 보면 가져간 것들을 거의 다 사용했는데, 이번에도 아마 그러리라 짐작하며 짐을 줄이지는 않았답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꺼려지는 이때 평소 습관처럼 여행에서 역시 플라스틱 수저와 접시, 햇반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았어요.
집에서 쓰던 수저와 유리컵, 칼도마까지 모조리 챙긴 이유랍니다.
가장 친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친구가 있는 전라남도 장흥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엔 휴게소고, 또 봄여름가을겨울엔 갓 구워서 따끈한 호두과자가 진리죠.
5천 원어치 샀는데 친구에게 줄 선물용 한 상자도 구매했답니다.
호두과자 서너 개만 먹은 것 같은데 손이 어느새 빈 봉지만 뒤적뒤적. 허허허. (호두과자 사장님 이웃이고 싶다)
아쉽게 끝났으니 살은 안 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장흥까지는 4시간 반 정도 소요되더라고요. 날이 흐렸고 오전 10시께 출발해서 휴게소 몇 번 들르니 금세 늦은 오후로 가 있었습니다.
장흥읍내에서 마트에 들러 장을 봤어요. 읍내에는 대형마트가 하나로마트, 엘디마트, 와이식자재마트, 뉴마트 등 네 군데 정도 있었어요.
다이소에 들르는 김에 건너편에 위치한 엘디마트로 방문했어요.
고기와 채소, 빵, 주전부리 등 다양하게 담아서 차에 실으니 그제야 진짜 캠핑 완전체가 꾸려진 듯했답니다
안양면으로 가려는데 회전 교차로 부근에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플래카드에 걸린 걸 봤어요.
오! 진짜!?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어요.
그녀의 부친이자 ‘아제아제 바라아제’ 영화 원작자인 한승원 작가가 거주하는 고향에서 이 소식을 접했다는 게 새삼 신기하더라고요.
한승원 문학공원으로도 알려진 안양면의 여다지 해변으로 먼저 갔어요. 이곳에는 산책로를 따라 한승원 작가의 시가 각인된 시비가 줄을 잇고 있어요.
다만, 이날은 해가 일찍 져서 너무 컴컴한 나머지 차를 세우기에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는데요.
다음 날 이곳을 다시 가보니 한강 노벨문학상 여파였을까요? 공공근로 인력으로 보이는데 많은 분들이 산책로 부근에서 예초기로 풀을 깎고 쓰레기 줍고 청소하느라 부산하더라고요.
그곳에 자리 잡았더라면 좌불안석이었을 거예요. 아무튼 장흥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자는 마음으로 정한 정박지는 바로 장재도였답니다.
장재도는 안양면 사촌마을 인근에 위치한 섬입니다. 사실 말이 섬이지 다리가 연결되어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뭍이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죠.
장재도를 택한 이유는 좋은 앞바다는 물론이고, 화장실 또한 바로 뒤편에 위치해 매우 편리했기 때문이에요.
남녀노소 이용하는 화장실이라면 가깝고 쾌적한 게 최고잖아요.
매일매일 청소가 이루어져 백화점 화장실 못잖을 만큼 내부 관리가 훌륭했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외부 수도도 있어서 꽤 좋았습니다.
짐을 정리하기 전, 평화로운 바다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앞바다에는 조개밭 구획이 잘 보였는데요. 마을의 한 어르신은 밀물과 썰물에 쓸려 다니는 모래를 삽으로 퍼 판에 실은 뒤 어깨로 끌고 다니면서 4~5시간 이상 바닥다지기 작업을 반복하시더라고요.
그곳에서 5일 여 있으면서 날마다 그 모습을 보았는데 자연을 상대로 묵묵히 땀을 쏟는 모습이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여쭤보니 조개 채취는 4~5월에 이뤄지는데 그 시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전화주문이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판로가 어떨까 궁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낚싯대를 꺼내 바다에 던지고, 통발도 던지러 갔습니다. 바다 왼편으로 다리가 보이는데요. 갯벌이 드러난 조개밭 두렁을 따라 그곳에 가서 통발을 툭 던졌답니다.
게 잡는 통발 미끼로 이게 최고라고? 낚시로 잡은 ‘새눈치’에 휘둥그레!
웬 걸,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음 날 갯벌이 드러난 시각에 가서 통발을 건져보니 큰 게가 다섯 마리 들어와 있는 겁니다.
통발 안에는 토막 낸 생선을 넣은 양파망이 들었어요. 그 냄새를 맡은 게, 즉 박하지가 하나 둘 모여들었나 봐요.
사실 바다에서 통발낚시를 할 때는 고등어나 갈치 토막을 넣으면 최고라고 하는데, 그 중 으뜸은 고등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앞바다서 잡은 돔 대가리를 넣었답니다.
참고로, 장재도 앞바다에서는 대개 문저리 또는 망둥어로 불리는 망둑어가 많이 잡혀요. 제 일행은 돔과 새눈치도 잡았는데요.
새눈치는 온대와 열대 해역에 주로 분포한다는데 제주에 이어 이곳 장흥까지도 서식하러 온 모양이에요. 잡고 깜짝 놀랐답니다.
물이 차는 시간대에 보니 숭어는 수시로 뛰어서 철퍽, 철퍽 소리를 내더라고요. 저러다 배터져 죽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요. 하하하.
다시 박하지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그것들을 잡고도 다음날엔 아예 통발 다섯 개를 던져서 꽤 많이 잡았어요.
광주에서 캠핑왔다는 중년 부부는 아예 조개밭 디딤돌을 딛고 물가로 가서는 긴 집게로 박하지를 ‘줍줍’ 건져 통에 수시로 담고 있더군요.
돌을 뒤집으면 게와 게, 또 뒤집으면 새우, 낙지도 나오니 너무나 재미있을 수밖에요.
잡은 박하지는 돔과 망둑어, 새눈치 등을 넣은 탕에 입수시키니 국물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친구에게 선물했답니다.
캠핑에서 구워먹는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바다에서 갓 잡은 해산물의 풍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어요.
장재도 낚시 및 게잡이 준비물과 가는 방법
낚시와 해루질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장재도는 참 재밌는 놀이터가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때만 잘 맞춘다면 앞바다에서 낚시, 해루질, 통발 낚시까지 연거푸 신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장재도를 가신다면 통발과 장화는 꼭 준비하시면 좋을 듯해요. 물때를 알 수 있는 어플도 깔아두시고요. 참고로 낚시 미끼를 사기 위해서는 장흥읍에 있는 낚시점을 아예 들렀다가 가셔야 합니다.
< 준비물 >
통발, 장화, 집게, 장갑, 깊이감 있는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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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도 가는 방법과 소요시간 >
① 자동차 (출발 시간에 따라 소요시간은 달라질 수 있음)
- 서울에서 장재도까지 자동차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논산천안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를 거쳐 갈 경우 4시간 29분 소요됩니다.
-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천공주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갈 경우 4시간 15분이 소요됩니다.
② 대중교통 :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에서 장흥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게 있는데요. 이곳에서 다시 수문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시간은 4시간 40분 소요되며 버스요금은 44,200원 (2024년 10월 기준)이 뜨네요.
< 어플 내려받기 >
장재도 앞바다를 즐기기 위해서는 물때와 수온, 풍속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캐이션을 내려받기 해서 출조나 조업 시간을 가늠해도 좋을 듯 해요.
- 바다타임 어플 내려받으려면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마무리하며
오늘은 가을여행지로, 박하지 즉 게가 풍성해서 집게로 ‘줍줍’하거나 통발 낚시도 가능한 전라남도 여행지로 장흥 장재도를 추천해 드렸어요.
바람 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