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읍내에 목욕을 가는 날이나 졸업식을 마친 날에는 어김없이 중국집에 들렀답니다. 지나다 들른 광양 지역에서 청해루라는 중국집을 찾았는데 간짜장 맛이 제대로네요. 소개합니다.
간짜장 하나에 목욕탕 증기와 바나나우유의 달짝지근한 향기가 코끝에!
우리 가족은 어릴 때 도심에서 살다 촌으로 이사를 하면서부터 주말이면 버스를 타고 읍내로 이동해 목욕탕을 가곤 했습니다.
목욕을 마친 뒤 저마다 입에는 가느다란 빨대를 꽂은 바나나우유를 물었고, 걸음은 만리성이라는 중국집으로 향했죠.
그 집, 짜장은 참으로 맛났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달걀후라이를 얹은 간짜장도 참 별미였죠.
오늘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 들른 광양 읍내에서 청해루라는 중국집을 들렀습니다. 간짜장을 주문했습니다.
달걀프라이가 얹어진 간짜장, 그래 이거였습니다. 다만 어릴 땐 기름에 살짝 튀겨지다시피 해서 테두리가 바삭하거나 질겨서 깨무는 맛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본 달걀프라이는 뽀얗고 매끈한 게 예뻐서 깨물기엔 조심스러웠다고 할까요. 차이라면 그랬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건 똑같더라고요.
간짜장은 주문 즉시 짜장 소스에 양파 등 채소를 갓 볶아넣어 신선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청해루 간짜장도 양파 식감이 적당히 아삭해서 입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고기와 완두콩 등 재료 배합이 조화로워서 간짜장 면에 얹어먹기에도 딱 좋았습니다.
긴 연휴 중 셋째 날인데 이 집은 손님이 참 많았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들러본 곳이라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도 넓은 가게 안에 손님들로 금세 들어차서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맛있는 집은 손님이 대번 알아채는 법이죠. 간짜장의 꽃, 달걀을 먹었습니다. 매끈한 표면을 꾹 베어보니 부드러운 완숙의 속살이 고소했습니다.
간짜장 소스에 버무린 나머지는 한 번에 입속에 넣고 씹었지요. 맛났습니다.
아주 잠깐 목욕탕의 증기와 바나나우유의 달짝지근한 향기, 만리성의 고소한 달걀 테두리까지 코끝을 스치는 듯했습니다.
중국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이런 기억으로 인해 찾는 곳이란 생각도 듭니다. 내 어머니와 아버지, 학창시절의 행사와 그것을 마무리하던 우리의 시간들…
중국집은 그래서 늘 추억어린 곳으로 퍼뜩 떠오릅니다. 이번에도 먼 길을 떠나지만 다음에도 다시 이곳에 들러 요리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때는 광양 청해루에서 달걀 후라이 얹은 간짜장 말고 코스메뉴가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야겠습니다.
오늘 보름달이 무척 밝아서 가는 길이 참으로 환합니다. 모두 맛있는 식사 하시기를.
청해루 위치 : 전남 광양시 광양읍 인덕로 1105
영업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반까지. 마지막 주문은 8시까지.전화번호 : 0507-1320-5088 / 배달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