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 무엇이 문제?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 이 단어를 보면 뭔가 이상하고 어색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정업무를 위해 찾는 곳인데, 간판은 우리말과 영어가 섞인 해괴한 형태로 얼굴을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 명칭에 관한 표기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목차 >

  • 1. 동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 ‘센터’가 문제?
  • 2. 우리말 갈래사전 박용수 선생님의 뜻
  • 3. 마치며



1. 동사무소 주민센터 행정복지센터, ‘센터’가 문제?




우리에게 익숙한 동사무소는 MB 정부에서 ‘주민센터’로 이름이 한 차례 바뀌었습니다. 동사무소의 ‘사무소’가 혹시 부끄러웠을까요? 국민의 행정 일을 처리하는 곳을 굳이 우리말이 아닌 영어를 이어 붙여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2016년부터는 주민센터가 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때도 ‘센터’는 버리지 못했더군요. 대부분 지역에서는 명칭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이곳의 간판만큼은 주민센터로 표기하는 곳이 많죠.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정부를 포함한 공직자들에게 해당하는 시행 정책으로서 오직 그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장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곳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는 주민센터 간판이 보이도록 둔 것인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한글과 영어를 마구 섞어서 어색하기 짝이 없음에도 명칭을 당당하게 내걸도록 한 자들의 머릿속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색한 곳은 참 많습니다. 서울부터 경기, 대전, 광주, 제주, 강원, 부산, 경북 등 전 지역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습니다. 삼성·LG서비스센터와 롯데 애비뉴엘 등 대기업들 관련 장소도 혼용어가 당연한 듯 내걸렸죠.

이밖에도 우리 눈과 귀에 익숙한 고객센터, 문화센터, 청약센터 등 ‘센터’가 들어가는 곳은 정말 많습니다.

아파트들은 어떤가요. 한글로나 영어로도 의미가 모호한 명칭이 넘쳐납니다. 멋있고 부유한 느낌을 주는 ‘네이밍’이라며 최종 순위에 오른 이름을 콘크리트에 새긴 채 건설사들은 고가의 분양경쟁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죠.

그러다보니 우리말을 내건 아파트들은 멋이 덜하고 다소 경쟁력에서 밀려 시대에 뒤처진다는 착각마저 들도록 만드는 것만 같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눈에 어색하게 들어오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라는 대형 간판과 마찬가지로 이런 분위기는 참 이상하기만 합니다. 언제부터 ‘기업’이라는 게 ‘하는’ 것과 만나 특정 도시를 대표하는 문장으로 쓰였을까요.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학 국회의원 예비 후보의 결의문.



이빨 빠진 호랑이는 고사하고 틀니 낀 호랑이를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생겨나는 이름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인식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한글과 영어, 한자 그리고 출처 모를 외래어가 마구 섞인 변종어가 학교와 아파트, 거리에 익숙하게 자리하는 분위기. 글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입에서 어김없이 그 표기가 혼용된 채 사용되어 자연스레 이해되는 분위기. 저는 이 현상이 꽤 우려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말은 곧 의식이고, 의식은 곧 생명이니까요. 저 역시 이런 분위기에 물들어 말과 글에 변종어가 종종 섞여 흠칫 놀라고는 합니다. 그래서 제 의식이 괜찮지 않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2. 우리말 갈래사전 박용수 선생님의 뜻


요즘 ‘우리말 갈래사전’이라는 책을 다시 펼쳐보았습니다. 이 책은 1988년 10월 9일, 한글반포 542돌 한글날에 박용수 선생님이 머리글을 붙여 이듬해 2월 20일 내놓은 책입니다.

박영수 선생님은 약 10년 동안 그의 키 한 길은 넉넉히 될, 7600여 장의 원고지 분량을 정리해 우리말 갈래사전을 만들었습니다. 교정에 매달린 기간만 꼬박 3년이며 파지로 버린 원고지만도 수만 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박영수 선생님의 책 '우리말 갈래사전' (발행처 한길사, 1989)
우리말 갈래사전 (엮은이 박영수, 발행처 한길사, 1989)


박영수 선생님이 우리말 갈래사전 편찬에 매달린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한글을 가지고 글을 쓰는 한글 문화권의 문인이기에 우리글과 말은 나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이 엄연한 과제 앞에서… 문인으로서의 소명을 따르기로 했다. 한 나라의 말을 다듬고 빛내는 소임을 다하는 데 어떤 장애요소가 있다면 그 장애요소를 우선 제거하는 일 또한 문인의 회피해서는 아니 될 과제라 본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故 박영수 선생님은 1934년생으로 문예지 <영문>에 시가 추천되어 문단에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장시집 <바람소리>(실천문학사), 시사 사진집 <길>(분도출판사> 등을 출간했고, ‘우리말 갈래사전’ 출간 당시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와 (사)한글문화연구회 이사장 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말 갈래사전’은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책입니다. 온라인에서 중고로 몇몇 눈에 띄기는 합니다만 가격이 꽤 비싼데요. 그럼에도 저는 이 책을 시중에서 찾아볼 길이 더 열려서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는 매우 뼈아픈 구절들이 보입니다. 그 중 두 가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① 우리나라 표준말은 왜 서울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표준말이란 건 1933년 조선어학회가 낸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시작했는데요. 여기에서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라는 원칙이 담겼습니다.

박용수 선생님은 이것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당시 서울말을 쓰는 중류사회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었을까요.

박영수 선생님은 “그들은 소위 사대부들로서 한글창제 이후 한글을 ‘언문’이라 천시 비하하며 우리 고유의 나라말을 말살하기에 기를 썼던 선비계급”이었고 “입만 벌리면 ‘문자’를 써야 체통이 서는 것으로 알아온 선비들, 우리말 지명이나 보통명사의 낱말, 심지어는 동사형이나 형용사형 낱말을 가리지 아니하고 음역으로 의역으로 한자화하기를 심심파적으로 삼았던 가장 반국어적 계층들”이라고 했습니다.

즉, 온통 한자어휘로 국어사전을 채운 공로자들과 그 후예들이 써온 ‘중류 사회의 서울말’이 어째서 우리 민중의 ‘표준어’가 되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② 우리말 갈래사전을 만들어야 했던 그의 특별한 의지입니다.


그는 ’우리말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어문정책과 함께 조잡한 신조어 남발 현상을 우려‘하며 ’우리말 갈래사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1989년 2월 20일 한길사에서 출판된 박용수 선생님의 책 '우리말 갈래사전' 중 머리말 일부.
1989년 2월 20일 한길사에서 출판된 박용수 선생님의 책 ‘우리말 갈래사전’ 중 머리말 일부.



박영수 선생님은 “우리 나라말을 모으면서 새삼스레 느낀 점은 오늘의 어문정책이 우리 고유의 나라말을 말살해 가는 쪽으로 흐르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었다”라며 “자기의 나라말을 죽여 가면서 남의 나라말은 충실히 받아들이려는, 이 섬뜩한 계획들이 국문학계 둘레 어디서나 두드러져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어 “… 사라져 가는 말이란 하나같이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우리말’인 데 비해서 ‘새말’이란 열에 아홉이 생경한 한자어이거나 외래어, 아니면 조잡한 신조어들이어서 이를 언어문화의 발전현상이라는 긍정적인 면으로 보아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 마치며

대한민국은 한글을 기본으로 쓰는 나라입니다. 우리말을 귀하게 여기고 올바르게 쓰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말인데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특히 어른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을 죽여가면서 남의 나라말은 충실히 받아들이려는, 이 섬뜩한 계획들’이 아무 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해석하기도 어렵고, 의미파악도 모호한 이름이 방방곡곡 쌓여가는 이때 집과 학교, 사회,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이것이 마치 표준어인양 쏟아지는 게 과연 아무렇지도 않은지 말입니다. 생경한 한자어, 외래어, 아니면 조잡한 신조어들임에도 이를 언어문화의 발전현상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이상으로, 동사무소와 주민센터 그리고 행정복지센터라는 단어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박영수 선생님이 남기신 책 ‘우리말 갈래사전’에서 되새겨야 할 우리말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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