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크고 작은 문제로 부부 내지는 가족 간 불화가 생기곤 합니다. 부모님 집 방문순서와 음식 하는 문제 등 다양한 상황에서 ‘당연하다’는 ‘몫’의 분배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요. 이것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다는 ‘몫’을 나누는 시도 어떤가요?
덮어두었거나 쌓여온 가정 내 문제들이 명절을 기점으로 폭발하곤 합니다. 너와 내 가족에 관한 입장은 때때로 ‘담’이 되면서 가깝던 사이는 ‘남’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명절에는 당연히 남자 집에 먼저 방문해야 한다, 며느리는 당연히 시댁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용돈은 기본 얼마다…….
우리는 ‘순서’와 ‘대상’과 ‘물질의 정도’에 ‘당연’과 ‘상식’이라는 저마다의 기준을 두고 살아왔습니다.
집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명절이면 어김없이 그것은 단호한 재단의 도구가 되곤 하죠.
세상에 당연한 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살다보니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도 시대가 변하면서 미덕이 아닌 순간들이 생깁니다.
명절 이후 이혼 문제가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님’이 아닌 ‘남’이 되는 순간을 잘 넘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부모님은 명절이면 양가 부모님 집 방문 순서를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 지낸 탓에 명절이면 외가에 가는 게 예의고 배려라고 하는 분위기가 많았지요.
날씨나 집안 문제로 인해 참석이 어려울 경우에는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아예 가지 않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일로 서운해 하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 불편한 시선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때로는 당연히 하지 않을 거야, 손해 볼 테니 당연히 외면할 거야, 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도 아버지는 기꺼이 외가를 찾아 마음을 쏟기도 했죠. 그들의 당연에 의외성을 던진 것이죠.
그렇게 모든 선택에 있어서 어른과 집안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게 된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다만, 음식 만드는 건 여자들의 몫이었죠. 며느리가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하고 손님들 상을 차리고 치우는 동안 남자들은 가족, 친지, 지인, 친구들과 상 주위로 둘러앉아 술과 담소를 나누곤 했습니다.
저 역시 어릴 때는 며느리의 일이라는 게 당연한 몫인가 보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왜 딸이 된 친정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며느리만 되면 남편의 집에서 일꾼이 되어 갈등이 늘어 가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경우 그런 일은 없었지만 외가에 모인 며느리들의 눈물과 한숨과 다툼을 자주 보았죠.
만약 남편들이 이 당연한 문화에 조부모님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남자가 어디 부엌에 들어가니?’, ‘남자들 부엌일에 손 못 대게 해라, 고추 떨어질라…’ 어릴 적 들어본 말들입니다.
부엌 일 해서 떨어질 고추라면 사회 일 하면서는 아마 온몸이 콩가루가 됐겠지요. 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시대로 접어들고 이제는 남녀 모두가 사회생활에 소매를 걷어 부쳐가며 경쟁하는 초IT 시대에 남녀 일의 경계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서로가 잘하는 것을 독려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고,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한 걸음 떨어져 보면,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는 것이나 기도를 하는 것이나 다 다른 형태로 조의를 표하는 같은 마음의 행위처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동에서는 몇 해 전 제사상에 피자와 통닭이 올랐다고 하죠. 전통을 고수하고 제사예절에 있어서 본보기로 삼는 분위기가 짙은 그곳에 피자와 통닭이 제례를 침범했다니 어느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그래서 어느 누군가는 그 광경에 기함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고인이 된 분들의 입맛을 위함만이 아닌, 명절에 모인 온 가족 특히 아이들의 입도 더불어 즐겁게 하는 상차림이라면 제사와 명절을 위한 인식이 참 행복하지 않을까요.
부부의 명절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내 집이 먼저냐, 네 집이 먼저냐는 순서에 ‘당연’함을 걷어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써 명절의 시간을 활용하면 참 좋겠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나눔에 남녀의 구분이 없어야 아이들도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지혜로운 기회 활용과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는 부부라면 아이의 미래에도 분명 선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부부싸움을 하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소처럼 일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힘겨워 하는 일손을 서로가 거들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소일거리를 주어지도록 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독이고 위로하는 마음, 당연한 게 없다는 배려의 마음가짐으로 차분히 대화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딱 한 가지만 양보해 보자, 마음먹는다면 실천이 더 쉽지 않을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