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한창인 7~8월이면 색색의 봉숭아꽃이 피어있는데요. 우연히 발견한 봉숭아꽃에 아련한 기억이 떠올라서 그것을 따다가 손톱에 물들이기로 했어요. 봉숭아 꽃말부터 물들이는 방법과 지우는 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 목차 >
1. 봉숭아 봉선화 뭐가 맞지?
2. 봉숭아 봉선화 꽃말은?
3. 봉숭아물 들이는 방법
가. 준비물
나. 순서
4. ‘스카이 다이빙 선수’ 개미가 봉숭아에 꼬이는 이유
5. 봉숭아물 지우는 방법
6. 마치며
1. 봉숭아 봉선화 뭐가 맞지?
봉숭아인지 봉선화인지 단어가 비슷해서 뭐가 정확한지 헷갈리는데요. 봉선화나 봉숭아로도 쓸 수 있다고 해요. 봉숭아꽃은 필 때의 형상이 꼭 봉(鳳), 즉 봉황의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조선시대 기록 상 보면 ‘봉선화’로 쓰였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역시 ‘봉선화’로 등록되어 있다고 해요. 하지만 봉선화보다 더 친근해서인지 전 ‘봉숭아’로 부르고 싶답니다.
어릴 땐, 첫 눈이 내릴 때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사랑이나 그리움이 담긴 노래 가사로도 봉숭아란 단어가 많이 쓰였어요.
2002년 발매된 정태춘·박은옥의 ‘봉숭아’란 곡에서는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딜 갔나…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님도 돌아오소’란 가사가 인상적이고요.
학창시절 한 번쯤 배워서 볼러 봤음직한 곡 김형준 작사,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란 노래도 있죠. 일제 치하 우리 민족의 암울한 상황을 상징한다는 이 곡은 ‘울밑에 선 봉선화야’라고 시작하죠.
2. 봉숭아 봉선화 꽃말은?
봉숭아 꽃말은 ‘순정’, ‘부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등 여러 개가 있더라고요. 순정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담아 꽃과 잎사귀를 어루만져온 정서 때문에 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봉황은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라고 하는데요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봉황이 등장하죠. 봉숭아 꽃말에 담긴 ‘부귀’는 아마도 꽃의 형상이 새 중의 우두머리이자 왕으로 통하는 봉황의 이미지와 비슷한데서 붙은 게 아닐까 싶어요.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란 꽃말도 참 재밌어요. 이건 씨앗에 담긴 꼬투리 때문에 생긴 게 아닌가 싶은데요. 봉숭아는 줄기에 물방울 모양처럼 늘어진 꼬투리가 여럿 달리는데요.
이 꼬투리를 살짝만 눌러주면, 마치 바나나 곡선처럼 둥글게 툭 말리면서 터져버립니다. 그 순간 씨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거죠. 원래는 꼬투리에 담긴 씨는 잘 익으면 절로 탄력 있게 터지면서 황갈색 씨앗이 쏟아지는데요.
살짝만 건드려도 터져버리고 마는 이것 때문에 아마도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란 꽃말이 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명이 1년 정도인 봉숭아는 씨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이듬해 7월~8월이면 새로운 생명력이 돋아나겠죠. 그러니 푸르스름한 씨가 갈색으로 잘 익도록 되도록이면 꼬투리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듯해요.
3. 봉숭아물 들이는 방법
사실 저는 손이나 손톱이나 예쁘지가 않아서 봉숭아물을 들이면 괜찮을까 잠깐 고민했어요. 네일팁을 붙여본 적은 있지만 평소 매니큐어를 잘 바르지는 않아서 살짝 망설였던 거죠.
그런데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손톱이 작고 짧은 사람은 봉숭아물 들였을 때 귀여울 수 있다고 말이죠. 그것에 마음이 동해서 그냥 들이기로 했어요. 아버지가 직접 봉숭아 비닐을 묶어서 고정해주셨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답니다.
가. 준비물
① 봉숭아꽃잎과 잎사귀
② 손톱에 동여맬 비닐 또는 위생비닐 장갑
③ 오일 또는 크림
④ 백반 (명반)
(백반은 주로 ‘의약용품외’로 취급되는데요. 온라인 상 100g 또는 200g 단위로 포장된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1천 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여기서 잠깐, 백반과 명반의 차이가 궁금하실 수 있어요. 지식백과에 따르면 백반이란, 광물성의 명반석을 가공 처리한 결정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백반이나 명반이나 둘 다 똑같은 물질로 무엇으로 부르든 상관없다고 합니다.
흰색 결정체인 백반은 예로부터 염증과 가래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서 인후염에 쓰였다고 하는데요, 치질 치료에도 쓰였다고 하니 참 신기한 물질입니다.
나. 순서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려면 먼저 백반(명반) 형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시중에서 구입한 백반의 경우 결정체로 이루어졌거나 가루로 된 게 있을 텐데요. 덩어리 진 게 있다면 잘 빻아야 해요.
저는 아파트 화단에 있는 봉숭아꽃과 이파리만 따왔고, 백반 넣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 뭐예요. 그냥 한 번 물들여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꽃과 이파리째 그릇에 넣고 잘 짓이겨주었답니다.
참, 물을 들이기 전에 손톱 주위 피부에 물이 들어 오래갈 수 있어요. 전 일주일 째인데 아직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꽃물이 그대로예요. 물든 게 싫다면 피부에 오일이나 크림 등을 발라주고 시작해도 좋습니다.
① 백반이 있다면 그것의 가루를 봉숭아꽃과 잎을 한 데 넣은 곳에 털어놓고는 잘 섞어서 찧습니다.
② 짓이긴 내용물을 손톱 크기에 맞게끔 조금씩 나누어 뭉친 뒤 손톱 위에 잘 올려줍니다.
③ 손톱을 감쌀 만한 너비로 여유 있게 봉지를 잘라줍니다. 손톱 위의 봉숭아가 움직이지 않도록 비닐을 살짝 덮은 뒤 여러 번 친친 감아 묶어줍니다.
(위생비닐 장갑이 있다면 손가락 부분을 잘라서 사용하셔도 돼요. 손가락을 비닐에 넣은 뒤 테이프 같은 걸로 잘 고정하면 됩니다)
④ 봉숭아를 얹은 손톱은 대략 두세 시간 정도 두지만, 오래 둘수록 진하기가 더해집니다.
참고로, 백반이 없다면 약간의 소금도 매염제 역할을 해서 봉숭아물을 잘 들게 한다고 하니까 활용해 보세요.
매염제란 흔히 염료가 직물과 결합되어 염색이 잘 되게끔 돕는 물질인데요. 백반이나 소금이 봉숭아물에 섞여 손톱에 잘 물들게끔 역할을 하는 거죠.
한 가지 더, 꽃과 잎을 같이 넣어 찧는 건 꽃 못잖게 잎에도 붉은 색소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래요.
4. ‘스카이 다이빙 선수’ 개미가 봉숭아에 꼬이는 이유
봉숭아꽃과 잎을 따던 중에 줄기와 포개진 꽃잎마다 엄청난 개미들이 보여서 놀랐는데요. 거른다고는 했어도 꽃과 잎을 따온 봉지 안 역시 완전 개미천국이지 뭐예요. 대체 이 녀석들은 봉숭아의 무엇에 홀려서 이렇게 모인 걸까요,
찾아보니, 봉숭아 줄기와 잎에는 꿀샘이 있대요. 꿀벌이 꽃에 꼬이는 것처럼 개미 역시 봉숭아에 달려들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 뭐예요.
봉숭아의 꿀에 홀려서 한순간 봉지에 갇힌 개미들을 보니 불쌍해서 살려줘야겠단 마음이 들었어요. 잎과 꽃을 털어서 개미를 걸러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손수 개미 담긴 봉지를 뒤집어 2층에서 아래 화단으로 탈탈 털어버린 나머지 깜짝 놀랐는데요. YTN사이언스에서 찾아보니 개미는 추락사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처럼 무거운 질량으로 추락하면 충격이 심해서 다칠 수 있지만 몸집이 1cm 미만에다 무게가 0.5g 정도인 작은 개미는 공기의 저항력이 중력보다 커서 괜찮다고 합니다.
몸통 딱 가운데 위치한 관절, ‘배자루마디’도 구부렸다 펴는 기능이 훌륭해서 낙하할 때 안전하게 착지하게끔 일부 역할을 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본인 몸무게의 5천 배 이상 물체도 거뜬히 들어 올리는 이 괴력의 곤충 개미는 다이빙 기술 또한 좋았서 걱정한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5. 봉숭아물 지우는 방법
손톱에 올린 봉숭아는 앞서 언급한 대로 아버지가 비닐로 잘 고정해 주셨는데요. 어릴 때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맺히셨더라고요. 어느새 하얗게 머리가 센 칠순의 노인이 다 큰 자식의 손톱을 뚫어지게 보며 붙잡고 있다니… 왠지 그 순간 살짝 찡했습니다.
저는 다섯 시간 정도 그대로 두었는데요. 봉지를 다 빼고보니 손톱에 물이 들었더라고요. 아주 진하진 않지만 만족했어요. 다만 손가락 한 마디가 같이 물들었더라고요.
하루 지나고 이틀이 지나 오일째가 돼도 물든 피부가 안 지워지는 거예요. 목욕을 하고, 세수를 하고, 손빨래를 해도 이야, 봉숭아물 유지력 참 대단하다 느꼈어요. 그냥 자연스레 없어진다고 하니 전 이대로 둘까 해요.
봉숭아물을 들였더라도 금방 지우고 싶은 분들도 계실 거예요.
< 봉숭아물 빼기 >
농도 진한 소금물에 손톱을 담갔다 빼면 봉숭아물 색이 옅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둘째로, 빙초산 네댓 방울을 밀가루와 섞은 뒤 손톱 위에 올려놓고는 5분 후 씻어내는 방법도 있더라고요.
셋째, 알코올이나 소주에 손톱을 담근 뒤 5분 정도 방치했다고 빼는 방법도 알려진 것 중 하나죠.
과거에는 봉숭아물 들인 손톱은 수술 전 위험할 수 있다는 말도 얼핏 들은 기억이 있는데요. 의료계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저산소증으로 입술이나 손발톱이 파래지는 증상 ‘청색증’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말이 있었대요.
요즘은 봉숭아물 때문에 손톱을 뽑는다거나 마취가 안 된다는 설은 현대의학과는 좀 거리가 먼 얘기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하고 봉숭아물 들여도 되겠습니다.
6. 마치며
오늘은 봉숭아물 들이는 것과 지우는 방법, 그것에 얽힌 꽃말, 봉숭아에 개미가 꼬이는 이유 등 다양한 정보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제 올 겨울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손톱에 남아있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추억과 그리움을 담기 좋은 자연 물감이자 예쁜 꽃물 감성이 참 좋아서 이제는 해마다 봉숭아물을 들여야겠단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