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이 계절만의 향기로운 매력이 있지요. 그 중 하나로 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에 관한 순우리말 단어가 참 많은데요. 여름에만 내리는 비는 ‘잠비’라고 해요. 그렇다면 자드락비는 뭘까요?
< 목차 >
- 1. 잠비
- 1-1. 잠비 예문
- 2. 자드락비
- 2-1. 자드락비 예문
- 3. 마치며
1. 잠비
햇볕이 뜨거운 계절에는 한낮 야외 일이 무척 힘들 때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낮잠이 유독 꿀맛 같은데요. 저도 시골에 살 땐 포슬포슬하게 찐 감자를 먹고 난 오후, 강아지와 함께 꾸벅꾸벅 졸다가 아예 마루에 드러누워 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참새 소리에 절로 눈을 떠 몸을 일으키면, 어찌나 개운하고 좋던지 그때의 잠은 다시 경험할 수 없을 듯해 아련하기만 합니다. 농부들도 그랬을까요.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하고 잠을 잔다는 뜻에서 ‘잠비’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감자, 옥수수, 고추, 상추, 참외, 자두, 수박에 이르기까지 한낮의 열기를 겪어야만 당도가 무르익는 건 자연의 이치죠. 그 탐스런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는 건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농부의 뜨거운 열정과 땀이 낳은 대가일 테고요. 비 피해 없이 그들에게 평온하고 기분 좋은 잠비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1. 잠비 예문
① 툇마루서 드러누워 있다고 너무 다그치지 마, 여름철 비는 잠비라잖아.
② 잠비가 내리자 고추 따던 일을 멈추고 우리는 정자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③ 여름에는 비가 잦아서 잠비고, 가을에는 떡을 많이 해먹어서 떡비라잖아요.
2. 자드락비
‘자드락비’는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를 말하는데 줄여서 ‘작달비’라고 해요. 비가 땅을 거세게 때려서 소리가 매우 큰 경우에 사용하기 좋은 표현이죠.
비슷한 우리말로, 날비라는 것도 있는데요. 날비는 땅바닥을 두들기듯이 오는 비지만 작달비에 비하면 느낌이 더 약하죠. 참고로, 채찍비는 세찬 바람과 함께 타고 돌며 땅을 채찍으로 내려찍듯이 거칠게 쏟아지는 비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2-1. 자드락비 예문
① 하늘이 갑자기 끄무레하더니 자드락비가 오려고 그랬나 보다.
② 자드락비 잦은 여름날 지나서 초가을 되면 또 건들장마 올 텐데, 부지런히 대비해야 해.
(건들장마 : 초가을, 비가 쏟아지다 번쩍 개고 또 오다가 다시 개는 장마)
3. 마치며
비에 관한 순우리말, 잠비와 자드락비 뜻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 하면 또 ‘라면’이죠. 오늘은 라면 하나 끓여먹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비가 거세게 내리고 난 뒤 그 흔적은 어디에나 고스란히 남는데요. 흙탕물이 휩쓸고 지나간 곳엔 거무튀튀하고 보드라운 흙이 쌓여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바로 ‘명개’라고 합니다. 줄여서 ‘개’라고 하죠.
장맛비가 그치더라도 여름에는 태풍 때문인지 비가 잦죠. 아마도 곳곳에서 자연이 ‘개부심’하는 광경을 볼듯 합니다. (개부심 : 장마에 큰 물이 난 뒤, 한동안 쉬었다가 몰아서 내리는 비가 명개를 부시어 냄) 우리 주위의 상처와 명개만 깨끗이 개부심하고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우리말 갈래사전 (박용수 엮음,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