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의료사고, 수술 기록지 등 입증에도 소송 아닌 분쟁조정 왜?


수술 중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당황한 나머지 초기 대처가 미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 기록지 확보 등 입증에 어려움을 먹는 게 부지기수라고 해요. 사고 입증이 완벽하더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분쟁 결과가 달라진다는데 무슨 말일까요?

수술 중 의료사고 관련 수술기록지 등 입증에도 소송이 아닌 조정을 거치는 게 왜 나은지를 말하기 위해 활용한 의사와 환자가 악수하는 모습의 이미지다.



의료 사고가 환자의 체력 미달로 생긴 ‘돌발 상황’ 쯤으로 치부돼서는…



최근 지인의 의료사고 소식을 접하고 매우 충격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30분여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큰 부담 없이 수술실에 들어간 상황이라 그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근종 즉, 혹을 제거하려고 자궁경 수술을 하러 들어간 환자가 집도의 실수로 동맥을 깊게 건드린 나머지 개복수술까지 하면서 9시간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환자는 의식이 달아났고 과다출혈과 CPR… 그렇게 생과 사의 갈림길을 오가다 수혈을 거듭하며 출혈지점을 겨우 봉합해 간신히 호흡을 되찾았습니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현재까지 입원 중입니다.

듣기로는, 집도의는 수술 직후 환자 가족 앞에서 그 엄청난 실수를 매우 간단하게 설명하더랍니다. 혹을 좀 더 깔끔하게 제거하려다 동맥 부분 출혈이 일어났는데 뭐, 잘 봉합했으니 괜찮을 거라는 식의 노티와 죄송하다는 한 줄 사과였죠.

하지만 그 짧은 말로서는 환자의 목숨 줄을 위협하던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너무나 냉정한 방식이었다는 걸 환자 가족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멀쩡할 거라는 말과는 다르게 환자는 또 다시 의식이 까무룩 사라져 심폐소생술을 거듭 해야 했습니다.

집도의 말을 듣던 환자의 가족 중 한 명은 병원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는 의료사고를 접한 환자의 상태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한 병원의 구성원인 나에게조차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대처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일반 환자들의 경우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제대로 알려주기나 할까…’

의료사고가 환자 본인의 버티기 힘을 요하는 체력 수준이 미달해 발생하는 돌발상황쯤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해안가를 배경으로 요가하는 여성의 모습을 제세하고 있다.


의료사고를 알리는 건 고사하고 환자 본인의 버티기 능력치가 부족한 체력 미달 탓으로 넘겨 그저 돌발 상황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무서운 생각도 잇따랐고 말입니다.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했습니다.

집도의와의 대화는 물론 다른 과 교수의 설명과 조언 등 환자 가족은 의료사고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녹취자료를 모으기로 했습니다.

수술기록지도 매우 중요하죠. 만약 수술기록을 수정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할 수도 있는데요.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수술 기록지를 수정할 경우 원본과 수정본이 함께 자동 저장되도록 시스템이 개선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잖아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도 해킹되는 마당에 민간이 운영하는 병원이라고 마음 먹은 바가 가능하지 못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 가족은 수술기록지에 대해서도 병원 측에 정식 요구하기에 앞서 은밀한 조치를 해둔 상태라고 했습니다.


수술 중 의료사고, 법적 소송과 분쟁 조정 사이



환자는 CPR을 해야 할 위기를 몇 차례 넘기고 다행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가족과 대화도 가능하고 기억도 원만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환자 가족은 어쨌거나 의료사고인 건 명확하니 향후 이로 인한 후유증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의료사고와 관련한 법적 대비책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야에 아는 바가 없고 인맥도 없다 보니 인터넷에 매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는데요.

의사 출신으로 의료 분쟁 전문이라는 분과 상담을 진행했는데요. 의외로 환자 상태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답을 얻었다고 해요.

아무리 사고라 하더라도 환자가 호전되고 있고, 향후 후유증도 크지 않을 거라는 진단이 있을 시 소송으로서 재판까지 끌고 가 사안을 키우기에는 오히려 결과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의료분쟁조정 위원회라고 정식 사이트명을 찾아보니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라고 나오더군요.

이곳에 사건을 접수하고 의료사고와 관련한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에 관한 도움을 구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일각에선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그곳 역시 의사 편이 많고, 병원 측이 조정위에서 제시한 피해 환자 측과의 대응이나 합의를 거절한다면 모든 게 무의미하더란 말도 나옵니다.

수술 중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아닌 조정으로 가는 건 돈과 시간에 있어서 아쉬움이 크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동전과 시계 그림.


하지만 소송으로 가기 전 돈과 시간에 있어서 아쉬움이 크고 거대한 힘에 맞설 근육이 없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첫 번째로 병원 및 의료사고를 낸 집도의 측과 의견을 나누고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는 게 좋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소송은 조정 이후의 문제란 것이죠.

환자가 입은 피해 상황과 그 규모마다 대처는 당연히 달라질 수 있으리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법조인 일부의 의료 분쟁 관련 조언을 취합한 결과 환자의 상태가 의료사고 분쟁 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는 하더라고요.

환자가 원래의 모습과 다름없이 회복하는 게 최우선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괜찮아지기만 하면 의료사고가 용서되고 무마되는 일종의 ‘까방권’이라도 얻는 것, 그런 제도적 사법적 용인은 마음이 불편하기만합니다.


마치며



지인의 수술 중 의료 사고를 접한 뒤 수술 기록지 확보 등 병원 측의 과오를 입증하더라도 소송이 아닌 조정부터 고려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사실 의료 분야와 분쟁에 있어서 너무나 무지한 탓에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내내 마음이 무게중심을 잃은 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부디 좋은 바람이 불어와 아픈 부위를 아물게 하고 모두에게 이 순간의 기억조차 희미하게 휘발시키는 기운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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