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먹어본 적 있으신가요?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해먹은 뒤 남은 면사리는 국수전으로 만들어 보세요. 아이들 간식이나 어른 술안주로도 최고랍니다. 엄마손 국수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드는 방법을 공유해 보려고 해요.
엄마손 간식과 국수전의 추억
국수는 남녀노소 즐기기 좋은 음식입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주린 배를 채우기 좋은 한 그릇 식사로, 먹거리가 넉넉한 현대에는 간단한 요기거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저는 국수 하면 엄마부터 떠오릅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때문에 학교 가는 버스비가 없어서 터덜터덜 걸어가야 했던 날도 있었지만, 먹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오물조물 만들어서 내놓고는 했던 세계 일류 요리사 엄마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밀가루에 막걸리를 부은 뒤 반죽을 발효시키고, 그것을 빵으로 만들어서 김이 폴폴 날리는 한 조각을 잘라서 접시에 내놓으면 그 술빵이 어찌나 맛있는지 눈이 절로 감겼습니다.
달걀 두어 개를 깨서 밀가루와 섞어 열심히 치댄 뒤 일정 시간 부푼 반죽을 뚝뚝 떼내 그것을 밀대로 밀고 또 배배 꼬아 튀겨낸 꽈배기 맛도 일품이었죠. 꽈배기에 묻은 설탕도 참 달콤한 나머지 손가락을 쪽쪽 빨아서 단맛의 여운을 삼키는 것도 무척 좋아했답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의 간식이 참 좋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먹고 사는 문제에 날마다 치열함으로 버텨야 했던 엄마의 일상이었겠지만, 어린 엄마는 이미 맛의 고수였답니다.
전라도 출신은 아니지만 그쪽이 고향이냐, 질문을 많이 받았고, 음식 손맛이 끝내준다는 소문이 금세 동네에 자자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반찬이며 간식 등 먹거리와 관련해 울엄마 솜씨가 대단하다는 건 모두 인정하는 바였죠.
재료도 저렴하고 가성비 좋았던 것 중 하나라서였을까요. 가난한 집안의 부모가 택하기 수월했던 것 중의 하나라서 일테지만, 어린 시절 음식 중 생각나는 건 바로 엄마손 국수입니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고 다시마만 먼저 건져낸 뒤 당근과 애호박 등 채소를 더해 육수에 감칠맛을 보태줍니다. 국수는 삶아서 찬물에 치대듯이 문질러 전분을 뽀얗게 빼줍니다.
팔팔 끓은 육수에 차게 식힌 국수면을 넣고는 파와 다진 마늘, 여남은 채소를 더 넣고 끓입니다. 달걀을 풀고는 면기에 담아낸 국수 위로 김가루를 올려서 간장, 마늘, 쪽파, 설탕,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들어둔 양념장을 옆에 내려놓습니다.
잔치국수는 후후 불어서 한 젓가락씩 후루룩 후루룩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렇게 엄마의 정성은 우리 식구 모두의 살과 뼈가 되었습니다. 살짝 매콤하면서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역시 항상 맛있었습니다.
저는 국수를 먹고 난 후 간식이 기다려질 때가 많았는데요.
엄마는 넉넉히 삶아낸 면 사리의 일부를 프라이팬에 올려 국수전을 만들고는 하셨습니다. 국수전은 또래 아이들이 사먹는 과자보다도 바삭했고, 가마솥 누룽지보다도 고소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술안주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국수전을 만드는 건 의외로 쉽구나, 싶으면서도 일부러 면 사리를 남겨 간식을 만들어주려 했던 엄마의 마음은 그 무게가 남달라 오랫동안 얻어먹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국수전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비가 오는 날이면 뜨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 먹고, 남은 면사리로 국수전을 만들어 안주 삼아 술 한 잔 곁들이는 건 어떠세요?
술안주 최고, 바삭바삭 엄마손 국수전 어떻게 만들까
찬물에 빨듯이 치대서 전분을 씻어낸 국수 면발은 그대로 두면 퉁퉁 불어서 국수에 넣었을 때 본연의 식감을 즐기기 어렵죠.
식구나 친구들을 먹이기 위해 국수를 삶았는데, 남은 면사리 처리가 고민이라면 엄마손맛이 절로 떠오르는 국수전에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만드는 방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엄마손 국수전 만드는 법!
재료 : 삶은 국수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불을 켜줍니다. 약불로 하셔야 해요.
팬에 열기가 퍼지면 국수 면 사리를 넣고는 젓가락으로 잘 펴줍니다. 수분이 잘 날아가도록 팬 전체에 고르게 펴주시면 됩니다.
타지 않도록 면을 찻잎 덖어내듯이 요리조리 뒤집고는 다시 한 번 팬에 평평하게 펴줍니다.
국수 면 사리의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누룽지 빛깔이 나면서 점점 바삭하게 익어가는 걸 확인하실 수 있어요.
한 번 뒤집어서 잘 익히면 국수 실타래가 납작한 일체형으로 완성됩니다.
국수 가락을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서 펴주면 치익,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에 침이 꿀꺽! 아무래도 먹어본 맛이라 입안도 어쩔 도리 없이 반응하고는 해요.
마치며
국수전, 이제는 저도 뚝딱 만들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엄마손맛이 밴 간식인 때문인지 오래오래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수로 한 끼 식사를 한 날이라면, 남은 면사리로 만든 국수전은 더욱 별미랍니다!
입안에서 으스러지는 국수전의 맛! 고단한 당신의 오늘이라면 국수전을 오독오독 씹는 중 스트레스가 시나브로 으스러질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