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가 과거 자연농원이던 시절 돼지를 키우는 곳이 있었단 사실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2023년은 양돈부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데요. 그곳에서 양돈인들이 노래로써 결의를 다진 자료를 공개해볼까 합니다.
< 목차 >
삼성 이병철 회장의 야심 깃든 에버랜드 구 자연농원 ‘양돈부’
“이 세상에 돼지 없으면 무슨 재미로~”, “걸레가 용인에 왔다!
마치며
삼성 이병철 회장의 야심 깃든 에버랜드 구 자연농원 ‘양돈부’
책장을 보다가 우연히 1981년에 발행된 자연농원의 ‘직장과 나’라는 분임토의결과보고서를 발견했습니다.
자료 표지에는 중앙개발의 양돈부라고 되어있지만 삼성 이병철 회장이 자연농원의 육성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만든 양돈부인만큼 이 자료에는 ‘삼성’과 ‘돼지 사랑’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당시 양돈부는 삼성인의 교육의 전당이라 불리는 동부개발원으로 가서 2박 3일간의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양돈부 네 팀의 특별교육 프로그램 1차로 구분된 편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게 그들의 구호와 팀가였습니다.
“이 세상에 돼지 없으면 무슨 재미로~”, “걸레가 용인에 왔다!”
대중에게 알려진 노래를 개사해 팀별로 발표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① A팀 이름은 ‘돈쟁이’였습니다.
② 구호는 “기술지표 목표달성 돈 만드는 돈쟁이, 야”라고 했군요.
③ 팀가를 보겠습니다.
이 세상에 돼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자나 깨나 돼지, 해가 떠도 돼지,
돼지가 최고야.
아냐! 아냐! 돈쟁이가 최고야!
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미소 짓는 돼지 머리 부분에 ‘나는 金순이’라는 글과 함께 항문에서는 100달러부터 500달러까지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그려 넣었더라고요.
돼지꼬리에 말풍선을 달아 ‘야! 돈 또 나온다, 돈! 돈! 돈!’이라고 써두었는데 웃음이 났습니다.
C팀도 팀명부터 구호와 노래까지 참 재밌는데요. 아래에서 소개할게요.
① 팀명 : 걸레
② 팀 구호
닦아 닦아 막 닦아,
돼지 닦아 광나도록
닦아 닦아 막 닦아
돈방 닦아 해지도록!
② 팀가
덜렁 ~ ~ 걸레가 용인에 왔다.
팬티 벗고 걸레 들고 자연농원 닦으러 왔다.
럭키퐁퐁 돼지 닦고 하이타이 돈방 닦아
우리돼지~ 살 쪄가네~ 살쪄가네.
네 팀은 각각 이 특별교육에서 사내 임무를 위한 부제를 정해 의견을 나누었는데요.
팀으로 일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지적하고 원인과 해결방안까지 공유하며 그것을 기록으로 정리해두었더라고요.
회사생활이지만 일부는 결국 냄새나는 곳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세간의 이목을 의식하는 대목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이들이 돼지를 키우며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소통의 장을 꾸준히 마련한 것으로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며
놀이동산으로 유명한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던 시절, 1970년대 초부터 양돈부의 역사가 지속되다 1990년 3월 결국 사라졌다고 해요.
당시 돼지 키우던 양돈인들 중 일부는 올해 4월 열린 양돈사업부 50주년 행사에 참석했더라고요. 오늘은 당시 종사자들의 결의를 다지는 응원 노래를 들춰보았는데, 이 역시 보면 감회가 새로운 분들이 있겠죠.
다음 편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이 고질적으로 느끼는 소통의 문제를 양돈부 직원들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소개해드릴까 해요. 그것 역시 재미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