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은 받을 땐 좋은데 비닐과 끈, 철사 등 쓰레기가 참 많이 나오죠. 썩지 않는 플라스틱 조화도 있는데요. 요즘은 ‘예쁜 쓰레기’ 선물에 지갑을 많이 연다는데 시든 꽃 버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 목차 >
이 ‘예쁜 쓰레기’, 처치곤란이다!
재활용 어려운 겹겹의 비닐… 시든 꽃다발 쓰레기 버릴 때는 어떻게?
산소 꽃다발, 플라스틱 조화는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예쁜 쓰레기’, 처치곤란이다!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출연하는 지인의 막공(마지막 공연)이었는데요. 소극장 객석은 꽉 찼고 끝나고 나서도 극장 입구에는 배우 및 관계자와 인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저마다 선물과 꽃다발을 든 채 삼삼오오 기다렸습니다.
저 역시 지인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요. 우유에 타서 마실 수 있는 ‘쑥파우더’를 준비했습니다.
쑥차는 은은한 향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스타벅스는 왜 ‘쑥가루’라 하지 않고 ‘쑥파우더’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이 쑥가루가 그 녀석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꽃다발을 살까도 잠깐 고민했어요. 꽃은 향긋하고 예쁘고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 들수록 꽃다발을 받는 순간 마음이 깨끗하게 개는 것만 같아서 좋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꽃다발을 잘 사지 않습니다. 잘린 꽃묶음의 수명이 길지 않은 아쉬움 때문이죠.
들에 화단에 핀 꽃은 제법 오래 볼 수 있는데 꺾어버리면 꼭 강제로 시한부 인생을 만들어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하여간 차가워진 날씨에 목도 몸도 다 뭉근하게 관리 잘 하라고 지상으로 올라온 친구에게 선물을 건넸습니다.
고생했다, 멋지더라, 작품 참 좋더라, 다음 공연 때 연락해라 등등의 인사를 하고는 함께 간 지인과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조각치킨을 처음 들여왔다는 림스치킨에서 한참 닭을 뜯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줄 게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꽃, 다, 발!
“어머니 갖다 드려.”
지난 공연에서도 엄마와 함께 이 친구의 공연을 봤는데, 끝나고 꽃다발을 건네더군요. 그때 엄마의 얼굴이 화사해진 걸 기억했나 봅니다.
이번엔 이렇게 말하더군요. “집에 가져가서 나물로 데쳐먹을 것도 아니고, 이 ‘예쁜 쓰레기’ 감사하긴 한데, 너무 많이 들어와서 처치곤란이다”라고 말입니다.
얼마 후 녀석은 정말로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죠. 무려 세 개나! 하나는 동행한 지인에게 주고 나머지 두 개를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는 꽃선물에 와아~ 탄성을 내시더군요.
재활용 어려운 겹겹의 비닐… 시든 꽃다발 쓰레기 버릴 때는 어떻게?
공연으로 정신이 없어서 극장에 둔 탓인지 꽃다발 중 하나가 좀 시들긴 했습니다. 잘 쓰지 않는 플라스틱 텀블러에 꽂아두기 위해 포장을 풀어봤습니다.
손잡이 부분의 마끈을 풀었는데요. 두 장의 비닐이 스르르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것이 벗겨지자마자 줄기에 또 하나의 마끈이 감긴 게 보였습니다.
매듭을 당기자 속 비닐 두 장이 후루루 놓여났습니다. 포장이 왜 이리도 많은지… 다 벗겨내고 보니 재활용도 되지 않는 비닐이 총 여섯 개나 포장재로 쓰였더라고요.
그냥 두고 보아도 예쁜 꽃을 더 예쁘게 하겠다고 쓰레기를 겹겹이 감싼 셈이었습니다. 이래서 ‘예쁜 쓰레기’라고 하나 싶었습니다.
꽃이 시들면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꽃다발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꽃다발은 생생하든 시든 것이든 간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꽃다발은 만드는 순간 안팎으로 재생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거더라고요.
시골이라면 꽃 거름이라도 되겠구나, 흙 밭에 던져둘 텐데 도심에선 그러기 쉽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산소 꽃다발, 플라스틱 조화는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야외 공원묘지에는 봉분의 묘비 주위로 돌로 된 화분꽂이나 유리관에 조화를 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도 조부모님을 모신 공원 묘비 앞에 꽂아둘 조화 한 다발을 골라서 땅에 깊숙이 박아두고는 했었습니다. 조부모님 묘지를 찾기 전날에는 그래서 늘 마트나 다이소, 문구점 등에서 당연한 듯 조화를 둘러보곤 했었죠.
하지만 이게 다 플라스틱이 주재료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더라고요. 평소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화를 사는 것에서는 방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제 더 이상 조화는 사지 않으려고 합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조화를 봉분 앞에 꽂는다고 해서 기쁘거나 뿌듯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준비한다면 묘비 앞에 생화 한 송이 올려두었다가 거름자리에 남겨두려 합니다. 조부모님도 꽃보다 꽃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찾아온 걸 더 기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생화 다발이나 조화처럼 결국은 예쁜 쓰레기로 치부될 것보다 두고 보아도 좋은 아름다움 그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게 지금이나 나중에도 더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처치곤란인 예쁜 쓰레기는 더 이상 사지도 만들지도 않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