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동 형촌마을에 짬뽕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이따금 차를 마시러 찾는 곳인데, 마을 한가운데 약 240년 된 보호수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배도 꺼트릴 겸 찾아갔는데 뜻밖의 미륵까지 만났답니다.
상회짬뽕과 탕수육 먹고 나선 산책길에서 독사?!
명절 연휴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난 시기 저희 엄마가 점심으로 짬뽕 먹으러 가자고 하시더군요. 중국집은 잘 가지 않는 편이라 웬 짬뽕인가 했죠.
얼마 전 지인과 간단히 먹고 나올 만한 밥집을 찾다가 짬뽕상회가 있다는 걸 알고 갔었는데, 꽤 괜찮더란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하신 말씀 같았습니다.
전과 동그랑땡, 산적, 갈비, 잡채, 식혜 등 명절 음식 준비와 상차림, 치우기까지 연휴 내내 일하느라 피곤에 지치실 만도, 집밥이라면 생각만으로도 귀찮으시겠다 싶었습니다.
우면동 교회 인근에 위치한 짬뽕상회를 찾아갔습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짬뽕상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코앞에 가게 문이 보였습니다.
자리에 앉아 상회짬뽕과 탕수육을 시켰습니다. 짬뽕이라면 맵고 짜고 자극일색인 경우가 많은데 그 정도가 덜해서 먹기 좋았습니다.
뽕의 전설 짬뽕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도 그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탕수육도 깨끗한 기름에 튀겨냈는지 하얀 편이고 그것을 한 입 먹으면 찹쌀반죽의 쫄깃한 식감이 참 좋았습니다.
엄마도 입맛에 맞는지 맛있다, 라고 하셨습니다. 평소 짬뽕을 시키면 반 정도는 거의 남기곤 했는데 상회짬뽕은 국물 약간을 빼곤 다 먹었습니다.
상회짬뽕에는 홍합이 껍데기째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미 급한 분에게는 좋은 부분이겠네요. 다음엔 삼선짬뽕이나 차돌짬뽕을 먹어봐야겠습니다.
가게에서 나와서 산책을 하기로 했습니다. 뱃속에 짬뽕만 아니라 탕수육까지 슉슉 들어가 있어선지 포만감을 크기로 따지자면 열기구만 했습니다.
가스를 붙이면 붕붕 떠오를 법한 배부름… 이건 무조건 산책이 답이었지요.
우면동 생태공원인 줄 알고 따라간 길. 생태공원이 안 나오더라고요. 잘못 간 모양인데 대신 독사가 나왔습니다. 세상에나 길 한 가운데 독사가 죽어있는 걸 모르고 밟을 뻔 해서 어찌나 놀랐는지… 지나던 차에 변을 당한 듯했습니다.
엄마는 뱀을 먼저 봤으면서도 말해주지도 않고 혼자만 돌아서 피했더라고요. 와… 내가 밟든 말든 상관없단 건가요… 배신감… 순간 맘 상했습니다.
배불러서 뒷짐 지고 걷던 참인데, 독사에 뒤늦게 놀라서 로켓 쏘듯 하늘로 피욱 뛰어 올랐네요. 우리는 그 길을 돌아 나와 주택가를 걸었습니다.
240년 된 회화나무와 마을의 신령한 동자상 미륵이 지키는 골목
형촌마을에 오면, 찹쌀떡과 팥빙수가 주력 메뉴지만 전 커피를 마시는 장꼬방 카페에 들르곤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뒷골목에 약 240년 된 보호수가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집과 집 사이 골목 중앙에 떡 하니 버티고 선 고목. 바로 회화나무였습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회화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종이라고 해요. 높이는 최대 30미터까지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느티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왕버들과 함께 5대 거목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하더라고요.
서초구가 관리하는 이 회화나무는 2000년 12월 20일에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243년이 된 셈이네요.
당시는 키가 12m에 둘레가 280cm이었는데 이십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아마도 더 컸을 수도 있겠죠.
나무 아래로 웬 돌덩이가 서 있나 했더니 동자상이었어요. 동자상 미륵은 온 마을을 지키는 신령한 힘이 있었다고 전해진답니다.
회화나무는 8월이면 황백색 꽃이 핀다고 하는데 내년에 그때쯤 다시 찾아와서 회화나무와 동자상 미륵을 보면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걷다보니 처음 보는, 주택을 개조한 카페가 있기도 하고, 우면동의 마을회관을 카페화한 장꼬방도 다시 보였습니다.
장꼬방 카페 옆으로는 광합성 하는 고양이 두 녀석도 보였습니다. 낮은 건물에 평온한 운치가 가득한 고양이들까지… 배부름도 살짝 풀리고, 늘 바쁘기만 하던 마음도 저도 모르게 느긋해졌습니다.
이제 가을인 모양입니다. 우면동 도로 양옆으로 색색의 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정말 예쁜 동네입니다.
어쩜 빨갛게 변하는 이파리 나무를 조경수로 심었을까 싶은 건물도 있고, 통통한 강아지풀처럼 보이는 것이 심어진 건물 대지도 눈에 띄었죠.
마치며
오늘은 우면동 짬뽕 맛집에 이어 약 240년 된 보호수와 미륵 동자상에 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걸어야 보이는 것들, 그 보물은 가을에 찾기 딱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산책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