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결혼을 축하해 줄 일이 이따금 생깁니다. 지인이나 친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말이죠. 족발 전문점에 실장님이 결혼한다며, 축하해 달란 광고가 붙었습니다. 모르는 이의 결혼이지만 길을 지나다 빙그레, 축하드려 봅니다.
“망원동 족발천하 실장님, 좋은 직원 두셨군요!”
코로나19 펜데믹이 오기 전 가끔은 명동 거리 한복판이나 신논현역 인근 등 프리허그 이벤트가 열리는 걸 목도했었습니다.
타인이지만 소통이 필요한 사람 누구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마음을 나누자는 취지의 행사였겠죠.
프리허그를 주최하는 이나 참여하는 자는 ‘돈이 말해서 사람이 죽어가는 시류’를 타고 가다가 아주 잠시 포옹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프리허그에 참여해 본 적은 없었지만 TV뉴스와 인터넷 매체에서 본 그 행사들을 통해 더불어 온기를 나눠 담은 듯합니다.
오늘 길을 지나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망원동 족발천하 가게 앞에서 말입니다.
2023년 9월 23일
족발 실장님 장가가는 날!
오늘은 족발천하가 쉽니다.
모두 축하해 주세요~
족발 천하 출입문 양 옆으로는 ‘경축 실장님 결혼’이라는 종이도 붙었더라고요. 이 내용대로라면 족발집 실장님은 어제 결혼 하셨겠죠.
냉채족발도 있고, 불족도 있고, 앞발포장도 되고, 뒷발 포장도 되는 ‘족발 천하.’ 그동안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었는데, 있는지도 몰랐던 ‘족발 천하’를 이 알림을 통해 멈춰 서서 물끄러미 보게 되었네요.
이곳의 실장님은 참 좋은 직원 또는 가족을 두셨다는 생각을 했지요. 실장님이란 직함을 쓴 걸 보니 사실 직원에 가깝겠다는 짐작을 해보지만 어쨌거나 말입니다.
누군가의 경사를 축하해주는 건 매우 쉬운 일이죠. 하지만 마음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의 경사를 축하해 주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밥값이 5만 원이면 축의금 10만 원은 기본?
요즘은 결혼식 하객이 참석하는 문제에 축의금 봉투와 식대를 놓고 판단하는 걸 종종 봅니다.
가령 축의금 봉투에 5만 원이 담긴 걸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죠. “밥값이 5만 원인데 이럴 거면 10만 원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와 같은 핀잔 말이죠.
실제 얼마 전 친척 동생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그의 가족 중 한 사람이 “5만 원이 뭐냐?”며 입을 삐죽이는 걸 수차례 보았더랬습니다.
언제부터 축의금 봉투와 밥값의 무게가 축하하는 마음으로 참석한 사람의 가치보다 중해졌을까,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모름지기 결혼이고 하면 온 마을 사람들에게 잔치국수를 정성껏 대접하던 마음과 정성이 당연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베풂이라는 건 이 자본주의 시대에 너무 케케묵은 추억 곱씹기인가 해서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 족발천하 실장님은 축의금 100만 원 보다 더 값진 축하를 받으신 거라 생각합니다.
그곳을 지나려다 제가 멈춰선 순간만 해도 행인 열에 여섯 정도는 그 경축 글귀를 보더군요.
만약 결혼식에 단 10명의 하객이 왔다 하더라도 망원동 가게 앞을 지나는 타인들 중 100여 명쯤은 충분히 실장님의 결혼을 축하하지 않았을까요?
아는 이들의 진심 없는 축하보다 모르는 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백 번 천 번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족발천하 일원 중 결혼을 함께 축하해 달라는 문구를 붙인 그 누군가로 인해 저는 다시 한 번 마음 나눔을 전제한 프리허그의 의도를 떠올려 봤습니다.
더불어 이런 입속말을 뱉어봤습니다. “조건 없이 누군가를 축하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축의금 봉투는 없고, 또 하루가 지나버렸지만 족발 천하 앞을 지나가다 긍정의 마음 한껏 담아 거듭 축하드려봅니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