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이 한창입니다. 추석을 앞두고 주말까지 낀 시기 파업이라 승객 불편이 클 듯하지만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들 입장이 이해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 부산행 포스터를 패러디한 리플렛의 내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수서 KTX 줄여 전라선 열차로 대체?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한 그들의 속사정은?
부산행 KTX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앞 좌석 그물망에 익숙한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영화 부산행.
뽑아서 보니 사실 그건 ‘부산행’ 포스터가 아닌, 국토부발 ‘열차대란’의 원인과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리플렛이었습니다.
국토부가 최근 수서에서 부산 간 고속열차를 무려 11%나 축소시키고, 좌석 4천석을 줄여서 여수와 포항, 창원 등 지역을 오가는 열차편을 늘렸는데 그것도 고작 하루 2회 운행이란 점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부산행 열차를 줄여 전라선, 경전선, 동해선에 투입하는 게 해당 지역 승객들의 ‘민원 해결’이라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는 겁니다.
이건 원래의 자리에 놓였던 걸 뺏어다 다른 데 퍼주는 느낌이니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처사가 아닌지 좀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것도 겨우 2회 운행이라니요.
사실 저는 주말을 앞두고 KTX를 타고 지방으로 가는 길인데요. 몇 주 전 기차표를 예매하려는데 선택에 제약이 많아진 느낌이었습니다.
파업이 예고된 시기라 운행하지 않는 기차편을 예매했다가는 낭패를 볼 게 뻔해 보여서 좀 신경이 쓰였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수서에서 출발하는 기차편을 알아보았으나 표는 한 장도 없었습니다. 몇 주 전임에도 어떻게 평일 오후 기차표가 이렇게도 없을까, 의아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집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가까스로 예매했습니다. 이 일련의 불편함이 바로 국토부의 황당무계한 사업 추진 때문이라면 참으로 화날 일입니다.
수서역에서 KTX를 더 운행하면 안 될까요? 왜 그것을 줄이고 SRT 사업에 더 힘을 들이는지 모를 일입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재작년에만 무려 12개의 무궁화호 열차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쩐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기차 안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려 했는데 어플에선 너무 편수가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했습니다.
노조 측은 이것이 바로 고속철도 쪼개기를 통하여 확고히 분할하려한다는, 즉 철도민영화 시도라는 주장입니다.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우리는 철도민영화를 저지하겠다며 파업과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을 목도한 바 있는데요.
국토부는 왜 다시 이런 의혹의 중심에 서게끔 철도사업을 운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조가 제작한 리플렛 본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SR은 업무 대부분을 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고속열차 대부분도 철도공사에서 빌린 것입니다.
정부는 올해 SR부채가 2천 퍼센트 이상 급증하자, 3천6백억 원을 긴급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밑 빠진 독입니다.
“SR은 철도공사의 지원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국토부는 ‘경쟁’이라지만 SR은 철도공사에 운영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생’입니다.
쪼개서 운영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말이 맞다면 철도를 굳이 쪼개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키는 건 너무나 멍청한 짓 아닌가 싶습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전담기관에 바보들만 모인 건 아닐테고 아무래도 이렇게 추진하는 건 다른 목적성이 있지 않고는 하기 힘든 일이란 의심이 들수도 있죠.
시설 설비가 잘 갖춰진 수서를 이용해 KTX를 운행하지 못하도록 막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고속철도 통합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약은 다음과 같은 것도 제시되고 있더라고요. 사실이라면 정부와 국민 모두에 너무나 필요한 정책 아닐까요.
KTX SR 통합 시 이점
- KTX운임 10% 인하
- SRT와 새마을 무궁화호 환승할인 30%
- 매일 3만석 좌석 증가
- 매년 중복비용 400억 원 절감
- 갈아타는 불편없이 한 번에 수서 강남까지
나열된 항목 모두 챙기게끔 철도를 통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이기는 합니다.
국토부 측에선 다른 의견과 목적으로 당위성을 주장할는지 모르겠지만요. 분명한 건 수서에서 KTX를 자주 탈 수 없는 건 너무나 불편하다는 겁니다.
괜한 혈세 들여 철도 쪼개가 하지 말고 잘 만들어놓은 시설을 활용하여 시민 불편부터 제대로 해소하는 게 국가기관의 책무란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 논쟁의 여지를 떠나 서울 남부와 수도권 일부 시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기차 타고 싶습니다.